우리가 흔히 알던 서커스? NO!
보고 나면 금세 잊혀지는 라스베가스 쇼? NO!!
그대의 상상력에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떨려오는 무한한 울림까지 선사하는
일생에 꼭 한 번을 봐야하는 대 서사시, 태양의 서커스 미스티어

시뻘건 가면을 쓴 근육질의 남자 광대가 기괴한 포즈로 앉아 나를 응시한다. 그 파란 눈동자 안으로 빨려들어가면 오묘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태양의 서커스 미스티어(Mystere), 현재 미국 라스베가스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인 서커스 쇼 중 하나인 미스티어는 1993년 크리스마스에 첫 공연을 했다고 하니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쇼이다. 이는 1984년에 만들어진 태양의 서커스 전체 공연을 통틀어서도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극단 스스로도 이 공연을 클래식(Classic)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직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미스티어는 놓치지 말아야 할 태양의 서커스 쇼로, 메인 건물의 유리창도 미스티어 주인공 남녀의 거대한 사진이 호텔 외벽 전체에 붙어있을 정도로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의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70여명 이상의 국제적인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타이코 드럼의 천둥같은 리듬에 맞추어 활력이 넘치는 곡예와 극적인 춤을 결합한 공연인 미스티어는 삶이 그 자체로 미스터리라는 궁극의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관객들이 입장할때 공연장 가득 울려퍼지는 아기 울음소리가 태초의 잉태를 의미한다. 누구 애가 이렇게 우나, 부모는 뭐하고 애도 안 달래나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내 깨닫게 된다. 마이크를 통해 이미 연출된 사운드라는 것을. 아기의 울음이 이 공연의 서막을 알리는 복선이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만일 누군가가 대지와 부활의 여신을 위한 대성당 건축을 꿈꾸며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이를 현실로 옮겼다면 그것이 바로 미스티어일 것이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Athleticism의 곡예를 라스베가스 쇼에 접목시켜 탄생한 미스티어는 인간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며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무대 왼쪽에는 두 명의 여성 성악가가 인트로부터 라이브로 노래를 하며, 무대 오른쪽 상단에 있는 라이브 밴드와 합을 맞춘다. 중생과 인간의 행복추구라는 배경으로 각 캐릭터들의 퍼포먼스와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삶의 본질의 의미를 전달하려 한다. 공연장으로 입장함과 동시에 분주하게 설치는 한 광대를 만날 수 있다. 공연 시작 전 코믹 분장을 한 코미디언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팝콘이 날아다니고 손님 가방을 들고 냅다 도망가기도 한다. 끊이지 않는 아기 울음소리와 코미디언의 과장된 웃음은 거대하고 웅장한 서막을 알리기 위한 꼭 필요한 양념같은 역할로 잘 짜여진 각본 중 하나임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가 아래로 꺼지면서 본격적인 대장정의 서막을 알린다. Aerial Cube, 사각형으로 된 철제 큐브 안에서 아티스트가 한 줄로 매달려 묘기를 부리는 것은 물론 바닥에서 큐브를 들고 마구 돌리기도 한다. Aerial Tissu, 안전장치 없이 천조각 한 줄에 매달려 많은 아티스트들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빙긍빙글 돌기도 한다. Bungee, 번지점프 고무줄을 허리 양쪽에 두른 6명의 아티스트들이 공중에서 마구 날아다니는 매우 다이나믹한 퍼포먼스로 많은 이들이 공연 후 가장 인상깊었다고 회상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Chinese Poles, 4개 혹은 그 이상의 봉을 세팅하고 여러명이 봉 곳곳에 포진해 진기한 묘기를 연출하는 봉춤이다. Clowns, 아까도 언급한 일명 광대로 본 공연 시작 전과 공연 중간 엄숙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잠시 반전시키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다. Hand to Hand, 남자 두 명이 보여주는 힘과 균형의 묘기인데, 특히 이들의 근육은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대며 놀라운 장면을 연출한다. Taiko, 일본 전통 북을 연주하는 음악 공연으로 가운데 커다란 북은 실제로 일본에서 만들어 공수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익숙한 북소리가 괜한 편안함까지 안겨준다. Trampoline, 널뛰기와 트램폴린을 이용해서 아티스트들이 마구 하늘로 솟구치고 날아다닌다. 특히 트램폴린을 경사지게 배치해서 사람이 좌우로 반복적으로 튕기는 것이 인상적이다. Trapeze, 서커스 하면 마지막 보여지는 가장 백미 중 하나인 공중그네 묘기. 사실 우리에겐 꽤 익숙한 광경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묘기에 박수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는 모든 출연자가 함께 나와 피날레 공연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박수와 함성이 멈추지 않는다,, 심장의 떨림과 공연의 여운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었을 것 같은 분장을 한 각각의 캐릭터들은 개인적인 상징이 아니라 하나로 뭉쳐 인생의 원(Circle of Life)을 그리며 인간의 기원은 같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티스트들의 다양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들은 우리의 눈과 귀, 심장과 뇌를 자극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특수 분장과 라이브 음악,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아티스트들의 신기한 묘기 수준의 서커스는 우리의 가슴을 콩광거리게 하고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기에 충분하다.

트레저 아일랜드의 최첨단 미스티어 공연장은 쇼의 용도에 따라 주문 제작된 최초의 영구적인 태양의 서커스 공연장이다. 무대 평면은 오래된 타이어와 신발을 재활용한 여러겹의 베이스 매트를 사용하여 무대에서 텀블링을 할 수 있도록 탄력을 조성한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미스티어 소품팀은 페인트로 무대를 300회 이상 칠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티켓의 가격은 70불~140불 사이로 좌석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호텔 공연장 입구에 있는 카운터나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예매할 수 있고 한국 여행사나 미국의 티켓 예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2세 이하 아동은 무료이며 전 연령 관람 가능하고 상영시간은 90분이다.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가 싶게 빠르고 역동감있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16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매주 토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오후 7시, 오후 9시 반 두 차례 공연을 하며 목요일과 금요일은 공연을 하지 않는다. ‘

소소한 정보를 덧붙이자면 미스티어의 번지 점프를 하는 여성 아티스트의 의상 코스튬에는 2,500개 이상의 스팽글이 수작업으로 부착되었다. 이런 의상을 한벌 준비하려면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미스티어의 기타리스트 브루스 리커드(Bruce Rickerd)는 공연 역사상 11,000회를 넘는 연주기록을 달성하며 기네스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라케(Laquais) 라는 이름의 한 아티스트는 매 공연마다 6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7분 15초 당 122번의 점프를 선보이기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분장실만 해도 1,500켤레가 넘는 신발이 있는 걸로 유명하다.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지만 엄청난 배우들의 카리스마와 움직임, 디테일에 눈을 마주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쫙 끼친다.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감탄에 또 감탄을 자아내며 순간 내 자신이 너무도 무능함에 현타가 올 수도 있다. 살면서 꼭 한번은 반드시 봐야 할 태양의 서커스 미스티어!! 잭과 콩나무 장면 때 연출된 거대한 콩나무마저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장엄함, 인간의 형상으로 활기넘치는 게임을 즐기는 유쾌한 자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는 장관이 펼쳐짐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