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조금은 무섭기까지한 첫 인상
하지만 첫 만남 후 바로 사랑에 빠져 버린 중독적인 맛
한국인 입맛에 딱, 맵단짠 조화가 중독적인 곳
핫앤쥬시 크로우 피쉬의 세계로 떠나보자.

라스베가스 현지 여행사 가이드들이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맛집 중 하나가 바로 핫앤쥬시 크로우 피쉬 전문점이다. 크로우 피쉬란 작은 가재같이 생긴 해산물로 살만 쏙 빼먹을 수도, 게처럼 껍질까지 함께 와그작 씹어먹을 수도 있는 미국에선 인기있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라스베가스 핫앤쥬시 크로우 피쉬는 총 4곳의 체인점이 있는데 식당의 분위기나 메뉴는 보일링 크랩과 많이 비슷하다. 비닐이 깔린 테이블에서 비닐로 된 앞치마를 두른 후 비닐로 된 장갑을 끼고 비닐 봉지에 담긴 해산물을 매콤한 소스에 버무려 먹는 해산물 찜 요리이다. 하지만 보일링 크랩과 가장 큰 차이점이 이곳은 바로 미국에서도 맛보기 어렵다는 크로우 피쉬 전문점이니 새우나 랍스터, 크랩 같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해산물도 좋지만 현지에 왔으니 간판 이름에 써 있는데로 크로우 피쉬에 도전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주문하는 방법은 보일링 피쉬와 동일하다. 우선 랍스터, 킹크랩, 새우, 홍합, 크로우 피쉬, 굴 등 원하는 메인 해산물을 선택한 후 시즈닝과 맵기 정도를 고르면 된다. 시즈닝은 루지애나 스타일, 주시 케이준, 갈릭 버터, 레몬 페퍼, 핫앤쥬시 등이 있는데 가게 이름이 핫앤쥬시이다 보니 그것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스파이시 레벨인 맵기 정도는 베이스 스파이스, 마일드, 미디엄, 스파이시, 엑스트라 스파이시 등 총 5단계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나는 불닭 볶음면 정도는 우습게 해치운다는 사람도 엑스트라 스파이시는 피할 것을 권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접해 왔던 매운 맛과 다를 뿐더러 정말 너무너무 맵기 때문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조언하는 것이다.

미국의 매운 맛을 무시하지 마라. 미국의 매운 맛이라 해봤자 매일 김치 먹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당할 수 있을까 자만했다간 큰 코 다친다. 이 곳 매운 수준을 얕봤다간 호되게 벌 받을 수 있단 말이다. 양념을 닦아내고 먹어도 맵고, 물을 마셔도 맵고, 밥을 먹어도 맵고, 심지어 야채는 안 매울까 싶어 한 입 베어 물었다간 옥수수 사이사이나 감자 틈새로 이미 깊숙히 스며버린 매운 맛이 입술을 따갑게 할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이렇게 매운 경우에는 사이드 메뉴인 고구마 튀김을 곁들이면 달콤 짭짤한 맛이 매운 맛을 중화시켜 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처음엔 미국인들의 크로우 피쉬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는 없는 식재료인데다 솔직히 말해 촌스럽고 미안하지만, 조금은 징그럽게 생긴 외모가 크게 구미를 당기지 않을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편견은 진정한 미식가의 기본이 아니었던 것이다. 머리를 떼어내고 등껍질을 벗긴 후 뽀얀 속살만 쏘옥 발라내 한입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중독적이라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깔끔한 척 할 필요 없다. 레몬을 살짝 뿌리면 더 맛나다.

먹고 난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에도 자꾸만 생각난다. 매콤한 풍미가 기억나 침 한번 꿀꺽 삼킨다. 이제서야 왜 그들이 크로우 피쉬에 푹 빠져 살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햄버거나 피자 등 느끼한 음식에 지쳐갈 때 즈음 우연히 만난 구세주같은 매운 맛의 신세계! 내 식도락 여행의 정점을 찍은 핫앤쥬시 크로우 피쉬 전문점.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의 미식 세계에 새로운 경종을 울려준 짜릿한 경험이었다.